해외선 낯선 배우더라...'오겜' 팬 환호 정말 놀라웠다" |
이병헌/넷플릭스 제공 |
[파이낸셜뉴스] "속편 제작 확정됐을 때 시즌2는 프론트맨의 과거로 돌아가 황인호가 게임을 하는 이야기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재진행형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전개돼 감탄했다. 6개월간 대본을 썼던 것으로 아는데, 정말 황동혁 감독님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특히 3화 마지막, 프론트맨이 게임에 참가하는 대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성기훈과 함께 극을 이끄는 이병헌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시즌2의 대본을 읽었을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시즌2는 시즌1의 우승자 성기훈(이정재)이 오징어게임을 멈추기 위해 몸부림치다 처절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1 마지막에 정체를 드러낸 프론트맨(이병헌)이 '깐부' 오일남을 대신해 001번 오영일로 위장하고 게임에 참가한다.
녹색 추리닝을 입고 세트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이병헌은 "(차림이) 후줄근했다"며 웃었다. 이어 "세트 규모에 압도됐다. 혹자는 폐소공포증을 걱정했는데 절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특히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는 그 원판에 200여명이 동시에 올라갔는데도 판이 돌아가더라. 부감으로 잡으니 사람 눈알처럼 보여 '대박' 소리가 났다"며 즐거워했다.
1인 3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개인적 불행을 겪고 인간을 믿지 않게 된 황인호이자 프론트맨, 그런 어두운 내면을 가진 채 참가자로 위장한 오영일의 연기톤을 잡는 게 숙제였다"며 "오일남과 달리 정체가 드러난 상황이라 시청자만 아는 비밀을 은밀하게 건드린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할 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배 앞에서 사람을 죽이잖나. 그 장면에서 황인호와 프론트맨 그리고 오영일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다 나오게 연기했다."
"프론트맨은 성기훈을 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인간의 본성이 쓰레기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동시에 인간을 믿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성기훈에게 열등감도 느낀다. '영웅놀이는 재밌었냐'는 시즌2 마지막 대사처럼 성기훈이 무너질 것이라고 끝까지 믿지만 성기훈의 신념이 맞길 바라는 아주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황인호는 성기훈처럼 오징어게임에서 우승을 하나, 성기훈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같은 흙수저 출신인 황인호와 성기훈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병헌은 “현상과 상황을 보고 받아들이는게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지 않냐”며 “황인호의 경우 개인적으로 혹독한 경험과 오징어게임이라는 잔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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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게임을 거치면서 세상에 희망이 없다고 믿게 된 사람이다. 비관주의의 끝을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 '지.아이.조'로 할리우드 진출한 1세대 배우
이병헌은 그 어떤 한국 배우보다 앞서 영화 ‘지.아이.조’ 시리즈(2009·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레드:더 레전드’(20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미스 컨덕트’(2016) ‘매그니피센트7’(2016) 등에서 활약했다.
할리우드 1세대 진출 배우로서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인기를 지켜보는 감회는 어떨까? 그는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17년 전인가. 그때 처음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러 갔는데, 당시만 해도 이젠 모두가 나를 알겠구나 생각했다”며 돌이켰다.
“그런데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 이번에 미국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여전히 나를 잘 모르더라”며 '오징어 게임' 이전 경력만 갖고는 현지에서 '낯선 배우'에 불과했다고 했다.
“시즌2 공개 전 오겜 이벤트 참석 차 해외에 갔는데 초록 추리닝을 입은 해외 팬 2000여명이 환호성을 지르는데, 내가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 다 합쳐도 이 정도 반응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동료와 찍은 한국 작품으로 이런 환호를 받는 자체가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고 돌이켰다.
한편 이병헌은 차기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촬영 중이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 갑자기 해고당한 뒤 아내와 두 자녀를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20년 만의 재회작으로 화제가 됐다.
이병헌은 “90% 가량 촬영이 끝났는데, 너무 합이 잘 맞아서 신난다"며 "작품할 때마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굉장히 기대된다”며 설렌 표정을 지었다.
차기작을 묻자 올해는 '오징어 게임' 홍보하느라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가 하반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 관련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홍보 하느라 작품할 기회를 놓치면 안타까울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작품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어 그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영화계 불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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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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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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