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에도 원가치 연일 추락
전문가들 "불안 줄일 안전판 필요"
한은은 논의 불필요하다는 입장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하는 1500원선을 넘보면서 우리나라 경제 최대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자 원화값이 급락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한도를 늘리며 불안심리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경제는 위축된다.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고 수출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2021년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추진으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148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500원대 수준에 도달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뿐이다. 강달러 여파에다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연속으로 탄핵되자 원화값이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환율 1500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내 정치불안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내년 초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다. 원화가치 하락요인들이다. 외환당국은 시장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이달 말 끝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한도도 150억달러 늘린 650억달러로 증액했다.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도 확대한다. 하지만 환율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한은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간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유사시에 대비하자는 얘기"라며 "급할 경우 갖다 쓸 수 있는 달러가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대내외적으로 외환시장 불안을 막는 일종의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1500원대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외환당국은 통화스와프 논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통화스와프 관련된 입장은 기존과 같다"며 "실무적으로 추진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에 목을 맬수록 외환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만 키울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속내다.
한편 지난달 29일 1396.5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1472.5원까지 상승했다. 한달 새 5.44% 급등한 셈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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