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달러강세 두드러질 것"
내년에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관세·이민·감세 등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시행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30일 '2025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 정책 시행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추세 정체 우려로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관세 부과에 따른 유로 지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부진으로 국가 간 성장률 격차가 예상되는 점도 달러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간별로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기대가 높은 연초에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다가(오버슈팅) 정책 시행 과정에서의 한계로 그 효과에 제약이 발생하고, 다른 국가들의 금리인하 효과가 발현되면서 강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내년까지 상방 압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환당국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9778억달러에 달하고 외환보유액은 4154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인 만큼 외환안정을 위한 대응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지속적인 시장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선 지난 27일 5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 추가 매입을 통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달 4일 이후 유동성 공급 규모는 약 38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을 두고 "내년 중 금리를 0.25~0.50%p 내려 연말에는 정책금리가 상단 기준 연 4.00~4.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추가적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금리인하 폭이 줄거나 동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자운용원은 미국이 내년에도 2%대 초반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약화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전망과 관련해서는 "중국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현 수준(약 11%)에서 30~40%로 인상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대상 품목도 자본재, 반도체 등 첨단 장비와 일부 소비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0.20~0.40%p 오르고, 경제성장률이 0.30~0.40%p 내릴 것으로 추정되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이어 관세정책의 효과는 이르면 내년 3·4분기부터 가시화되고. 오는 2026년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