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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증시

"원화약세 연말까지 이어질수도… 美 피벗·전쟁 등 변수"[글로벌 석학 대담]

파이낸셜뉴스 2024.06.26 18:13 댓글0

한미재무학회 현·차기 회장 ‘킹달러’시대 하반기 경제 전망
환율 향방 美 경기지표에 달려
국내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투자자 신뢰회복 긍정 역할 기대
세혜택 등 인센티브 뒷받침해야
韓,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무산
공매도 금지 등 일관성 없는 정책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등이 원인
美대선, 누가 돼도 인플레와 전쟁
트럼프 당선 땐 IRA 폐기 가능성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왼쪽)과 유세현 미국 벨몬트 대학교수가 국내외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킹달러'의 시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 '킹달러'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증시 레벨업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파이낸셜뉴스는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미국 텍사스주립대 경영대학 교수)과 유세현 차기 한미재무학회 회장(미국 벨몬트대 경영대학 교수)의 대담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하반기 경제 및 시장의 주요 변수를 짚어본다.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美텍사스 주립대학교 교수
유세현 한미재무학회 차기회장·美벨몬트대학교 교수

―'킹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연말 원·달러 환율을 전망한다면.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유지될지 여부와 고환율 상황의 변화는 여러 경제적 요인들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연말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1300원대 중반에서 1400원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주목해야 하는 변수는 미국 연방은행의 피벗 정책과 현재 진행 중인 전쟁들과 같은 국제정치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와 국내 물가상승 속도에 따라 환율도 변동할 수 있으나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또한 항상 중요하다. 다만 글로벌 경기(중국 경제) 둔화 또는 회복, 지정학적 리스크는 정부 노력 밖의 변수다. 리스크에 관한 베스트셀러 저자인 나심 탈레브를 인용하자면 '추측하지 말고 준비성에 치중하라'는 충고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유세현 미국 벨몬트 대학교수=기준금리는 내수경제의 물가안정, 고용안정,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대외무역패턴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미국은 국제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넘겼다. 이에 따른 유동성 회수의 일환으로 2022년 초부터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렸고 달러 강세가 초래됐다. 자국통화의 지나친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일본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내수경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화의 경우 올해 들어 1400원의 저항선이 시험받고 있지만 2023년부터 1300원대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하반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짐에 따라 현재의 원화약세 기조(고환율 상황)는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1300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미국 내 경기지표의 추후 향배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유세현=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S&P500지수의 30%를 차지하는 IT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가 초창기라는 측면과 지속적인 저변 확장이 유발할 기업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평가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IT업종의 이익실현 및 조정가능성과 무관하게 두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하진=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경제회복, 기업 실적 호조, 노동시장 안정 등에 기인한다.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포함한 기술 기업들의 지난 1년간 평균 주식 가격 성장률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매우 단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버블 형성이 가시화된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지표 변화와 정책 변화에 따라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 상승은 항시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한국의 과열된 미국 주식 투자는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볼 때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한국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될까.

▲이하진=기업가치 향상과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는 힘들다. 가령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및 투자자의 행동주의(Investor Activism) 활성화 등과 같은 외부적 환경을 갖추는 것 역시 필수요건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반영된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제고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유세현=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 존중 기업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의 공급자 측면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상대적 주가 상승을 유발시켜 주가순자산비율이나 주가이익비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요자 측면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외국인들의 투자를 더 촉진시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의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해외에 시의적절하게 현지언어로 제공하는 것과 MSCI DM지수 편입 및 원활한 외환정보의 접근성은 더 많은 해외자금의 투자를 유발해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MSCI DM지수 편입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 가입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것은 무언인가.

▲이하진=지난 14년 동안 거듭 실패한 이유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국제 신인도 하락과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24시간 외환시장 거래시스템 부재와 공매도 금지 등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도 한 이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같은 거시적인 해결책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성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및 환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역시 시급하다.

▲유세현=MSCI DM지수 편입은 한국 증시가 세계 주요 증시와 동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투자 수익률의 결정 요소 관점에서 그 필요조건을 찾아볼 수 있다. 현지통화 수익률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영어 같은 공용어로 정보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빨리 기업 정보 등을 현지언어로 해외에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결제 및 시장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의 부동산PF 부실이 심각하다.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시장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유세현=부동산 시장의 불경기와 고금리 행진이 건설업체들의 경영악화와 제2금융권을 필두로 대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일부 하위 은행들의 부도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타파할 수 있는 수요 증진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은행권에 대해서 긴급 자금수혈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하진=부동산시장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불안에 기인한 뱅크런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안으로는 예금자 보호 확대, 유동성 지원,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체계 강화, 부실행위 단속, 금융기관 정보공개 확대,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부실자산 처리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관성있는 부실자산의 정리 절차를 명확히 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 또한 막아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에 대해서도 ETF를 승인했다. 가산자산 시장 전망은.

▲유세현=가상자산 선두주자에 대한 ETF 승인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를 거래소 상품화함으로써 제도권 내 모니터링을 촉진시킬 수 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장외거래 선도거래상품(forward)을 제도권 내 선물거래 상품(futures)으로 유도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TF는 일반적으로 소액투자자에게 거래 편의성, 정보 접근성, 세제 혜택, 분산투자의 용의성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다른 금융상품처럼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금융당국은 보다 안정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기여하게 된다.

▲이하진=SEC의 이더리움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및 안정성을 높이고 더 많은 투자자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감독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의 부동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목표가 배후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더리움 ETF 승인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리라 본다.

―11월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정책 차이는 무엇인가.

▲이하진=도널드 트럼프의 과거 금융정책이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 인하를 포함한 시장친화적인 금융규제 완화라고 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규제 강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성향은 유지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두 후보 모두 그다음 선거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선을 위한 인기 영향적인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유세현=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인플레이션의 통제와 경제 연착륙은 중요한 경제목표에서 빠질 수가 없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에 필요한 세수 확보방식에서 양 진영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바이든은 법인소득세 인상과 부자세 도입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반면에 트럼프는 현재 21%인 법인소득세를 추가로 인하하여 경기부양을 견인하고 부족한 세수는 예를 들어 10%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부과해 마련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방식은 소비자 물가상승효과를 내포하며 무역상대국과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부수적으로 바이든은 2017년 트럼프의 투자촉진세법의 감세규정을 2025년 자동 소멸시킬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 (IRA)의 일부 규정을 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있다면.

▲유세현=부동산이 금융시장 및 세계 경기 불안정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태풍과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 지출은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고 부동산가치의 하락 및 재건축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부동산 위기는 단기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 중국 경제의 30%를 점하는 부동산 관련 부문과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가 동시다발적으로 아니면 연쇄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그 파급효과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하진=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잠재적 변수들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최대 리스크로 판단되고 중국 경기둔화는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경우 경제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비율과 연체율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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