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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보금 '국내 유턴' 작년의 10배… "경상수지 개선 기대" [질주하는 현대차, 한국경제 버팀목]

파이낸셜뉴스 2023.06.12 18:19 댓글0

현대차·삼성전자 등 '리쇼어링'
1분기만 102억8450만弗 달해
법인세 낮추자 자금 유입 급증
재무건전성 개선·환율 압박 완화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법인. 삼성전자 제공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해외법인 소득의 국내 투자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국내 투자가 활기를 띨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개선, 환율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이중과세 지적이 제기됐던 법인세법의 개정 효과(올해 1월 시행)가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유보금 국내 송금, 지난해보다 10배 확대

12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수익(국내 송금액)은 올해 1·4분기 102억8450만달러로 전년동기(16억4400만달러)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재투자를 위해 해외법인에 쌓아둔 유보액은 35억2770만달러에서 15억5330만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주로 현대차,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자본 리쇼어링'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해외법인이 보유 중인 유보금을 대거 국내로 들여왔다. 삼성전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배당금수익은 8조4400억원으로 전년동기(1275억원)보다 무려 60배가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인도 등 현지법인에서 총 59억달러를 연내(상반기 중 79%) 국내로 들여와 국내 전동화 전환에 투자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5202억원), SK이노베이션(3702억원), SK하이닉스(933억원) 등도 1·4분기 자본 리쇼어링에 가세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연초부터 주요 기업들의 해외자금 국내 유입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 체코공장. 뉴스1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법인. 삼성전자 제공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수입에 대한 과세규정 개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4분기 대비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소득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올해 1월 1일 법인세 개정안이 시행된 게 국내 자금 유입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세 개정, 자금유입 물꼬 텄다

해외 유보금 '국내 유턴' 작년의 10배… "경상수지
현대차 체코공장. 뉴스1

지난해 말 세법개정을 통해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해당 금액의 5%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총액의 95%는 비과세)으로 전환됐다. 지난해까지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당국과 국내에서 모두 과세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양쪽 국가에 낸 세금을 추후 돌려주거나 공제한다고 해도 사실상 이중과세나 다름없어 기업 자금관리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외투자가 많은 기업들로선 국내 유입보다는 해외계좌에 묶어놓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해외 유보금을 대거 들여오게 된 배경에 대해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보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업들로서도 국내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건전성 관리가 한층 쉬워진다. 대규모 배당 유입으로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달러자금 유입으로 환율상승 압박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소득에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과세체계를 개편, 해외 유보소득을 국내로 환류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기업은 2017년까지 약 1조달러의 해외 유보금을 보유했지만 과세체계 전환 후 이듬해인 2018년에는 약 77%에 달하는 7700억달러를 자국으로 송금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기존에는 이중과세 문제가 존재했는데 해외 자회사의 수익배당이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해외에 유보할 필요가 없어지게 돼 국내 자본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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