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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4년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다고들 하지만, 이 말보다 2024년을 잘 설명하는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자본시장에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두산밥캣 조직재편, 고려아연,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등 자본시장에 큰 의미를 갖는 사건들이 진행 중이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티메프 사태처럼 소비자 보호가 문제 되는 사건들은 올해도 발생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계속됐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여러 논란 끝에 폐지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자본시장제도 개선 논의가 잠시 멈춰 있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아 2024년을 돌이켜 보고 2025년 자본시장의 개혁과제를 생각할 때다.
자본시장의 여러 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보호 법제도 개선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하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잊을 만하면 합병, 분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배주주가 사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결정이 이뤄지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몇몇 회사의 일탈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에게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대해 외국 펀드의 소송 남발이 예상되고, 사법 리스크가 증가해 정상적 기업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경제단체의 우려가 있다.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 대신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상장회사의 합병 등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다행히도 여러 토론회 등을 거쳐 논의가 정리되고 있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 실망해 떠나기 전에 주주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법제도 개선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법규정을 준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이사의 임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임무 위반을 이유로 이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상 배임죄 기소 지침을 제정, 기업인들의 사법 리스크를 과감하게 줄일 필요도 있다. 회사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보호하고 법 개정 이후 남소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제도 수립도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한 정량적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여름 평균기온은 25.6도로 역대 1위, 서울의 열대야도 39일로 역대 1위라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취약계층이나 산업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금융의 역할이 시급한 시점이다. 2021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지속가능성 공시의 일정과 제도화를 확정하고, 기후금융의 틀을 조속히 확립할 때다.
내년에는 대체거래소와 제4인터넷뱅크 출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용화 테스트, 금융회사 망분리 규제 완화로 경쟁이 활성화되고 기술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발전의 효용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혁신을 장려하는 것과 함께 고령층이나 지방의 금융소외와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토스 이후 등장이 멈춘 핀테크 유니콘의 성장을 촉진하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법제도도 마무리해야 한다. 주식소유분산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약탈적 인수인으로부터 장기 투자자를 보호하는 합리적 경영권 방어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내년 말에는 2025년이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원을 여는 한 해였다고, 우리 주식시장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돌이켜 볼 수 있길 바란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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