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약·바이오주의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이들 기업이 발행했던 주식연계채권(메자닌) 조기상환청구(풋옵션)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수년 전 운용 및 시설투자 자금으로 제로금리 수준으로 자금 마련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해당 메자닌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에 실패해 기업들에 조기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달 한국유니온제약은 풋옵션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신용등급은 CCC까지 하락해, 디폴트(D)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제약기업인 이연제약이 최근 한 달 동안 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환사채(CB)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은 100%에 달했다.
해당 CB는 2021년 7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일은 2026년 7월이다. 만기까지 1년 이상 남았지만 이달 26일 700억원을 모두 현금상환해야 한다.
해당 CB의 전환가는 2만2857원이지만, 지난 11일 종가는 1만3850원이다. CB를 주식으로 전환 시 외려 손해 보는 투자가 되는 셈이다.
이연제약의 주가는 CB 발행 당시(2021년 7월) 5만~6만원 선을 오갔다. 주가는 3년여 만에 6분의 1토막 수준이 난 상황이다. 해당 CB는 이연제약이 시설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표면이자율은 0% 수준이다. 시세차익을 노렸던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은커녕 이자도 '제로금리'여서 어떤 수익도 못 챙기는 상황이 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 압타머사이언스가 지난 2022년 10월 발행한 165억원에 대한 풋옵션 비율도 81.1%에 달했다. 해당 CB는 지난 2022년 10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는 2027년 10월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달 6일 풋옵션 비율에 따라 135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해당 CB의전환가는 4058원 수준이다. 그러나 압타머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 11일 2970원(종가 기준)으로 전환가에 한참 못 미친다. CB 발행 당시 압타머사이언스의 주가는 7000~8000원선을 오갔으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제노포커스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조기상환청구가 몰렸다. 회사는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풋옵션을 행사했으며 풋옵션 누적 비율은 59.09%(177억1000만원)에 달했다.
해당 CB는 지난 2022년 7월 총 232억원 규모로 발행한 것으로 표면이율은 제로금리였다. 회사의 주가는 6000원선이었으나 11일 종가는 3055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전환가(4023원)에도 주가가 못 미치자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9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풋옵션 비율이 91.14%에 달해 182억원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했지만,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신평사들은 한국유니온제약의 신용등급을 CCC0 수준까지 강등했고 더 나아가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즉 디폴트(D) 수준으로 하향할지 검토하는 단계이다.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다는 것은 기업이 6개월 안에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될 경우 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BW는 약정된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2023년 3월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바 있다. 표면이율은 2%, BW 행사가격은 주당 4992원이다. 한국유니온제약의 주가는 11일 2725원 수준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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