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개시되는 1월 대기업 계열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줄을 서고 있다. 경기침체, 수출둔화 전망,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하지만, 매년 필요한 자금 조달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거 자금조달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더블A급(AA급) 이상의 우량 기업은 물론, 싱글 A급, BBB급 기업 총 16곳(27일 기준)이 회사채 수요예측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5년 회사채 발행의 스타트를 끊는 곳은 포스코이다. 신용등급 AA+라는 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포스코는 오는 1월 6일 5000억원어치 자금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 예정일은 같은 달 14일이다. 포스코와 양대 철강사로 꼽히는 현대제철(AA0) 역시 자금조달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같은 달 14일 3000억원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밀어내기’로 국내 철강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양대 철강사 모두 공모채 시장에 서둘러 나왔다는 분석이다.
장기 불황에 대비하려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조달 움직임도 분주하다. LG화학(AA+), 나래에너지서비스(AA-), 한화에너지(A+), 한솔케미칼(A+), SK케미칼(A+) 등이 1월 자금 모집에 나선다. LG화학은 17일 3000억원어치 모집을 목표로 사전청약에 나선다. 수요예측 흥행 시 목표치의 두배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월 5000억원 자금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조원이 넘는 기관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에 목표치의 두배에 해당하는 1조원 공모채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내년 1월은 BBB급 비우량한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도 눈에 띈다. 한진(BBB+)과 HL D&I 한라(BBB+)는 이달 중순께 자금모집을 위한 사전청약에 나선다. 다소 이른 시기에 조달에 나섰다는 평가다. 고환율,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치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채권 시장에서의 조달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들은 연초 우량채권 위주로 투자 바구니를 구성하다 보니 통상 1월 공모채 시장은 AA급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AA급 기업들이 휩쓸고 간 자리를 싱글 A급 기업들이 순서대로 채워 나간다.
금융투자업계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산업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재료들이 내년 회사채 1월 효과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미 12월 미국 매파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영향으로 투자심리는 위축된 상황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회사채 1~2월 발행 급증 시기에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경우 연초 효과가 옅어질 수 있다"면서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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