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방안
공급과잉 NCC설비 합리화 지원
자산매각땐 과세이연 연장 혜택
롯데케미칼·LG화학 등이 대상
정부가 23일 공급과잉 상황에 놓인 나프타분해시설(NCC) 합리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면서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설비 폐쇄와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내용이 담겨 구조조정을 위한 바탕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유동성 해소와 사업전환을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됨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보다 속도감 있는 정책과 추가적 재정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급과잉 NCC 설비 합리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고부가 제품 전환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자산 매각 때 과세이연 기간 연장 등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석유화학 기업 간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면 기업결합 사전 심사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후속대책 수립에도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초 업계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대한 용역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원칙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하겠다"며 "내년 중 공업원료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하는 한편 첨단·저탄소 소재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고부가 전환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제시됐다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이날 협회 명의의 입장을 내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을 목표로 2018년부터 대대적 설비 증설에 나선 가운데, 중동도 석유화학 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나서며 범용품 중심의 성장전략은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주요 NCC 기업들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지속하는 등 역대 최악의 업황을 기록 중이다. 이미 석유화학업계는 생존을 위해 투자를 축소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한 데 이어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LG화학은 2022년 3월 대산 SM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3월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여수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 생산라인을 일부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효성화학은 최근 특수가스 사업을 그룹 계열사에 매각하며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정밀화학,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산업구조로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PVC가 가진 단점인 내열성을 극복한 초고중합도 PVC를 개발했다. 롯데케미칼은 강철 소재 대비 약 30% 무게를 줄인 '열가소성 장섬유 복합재(LFT)'를 개발하고 모빌리티 구조물, 가전제품, 산업자재 등에 적용하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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