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에 이어 여천NCC, EOD 공포...LG화학 신용 '부정적'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사진=뉴스1 |
[파이낸셜뉴스]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대한 신용도가 줄줄이 강등되며 산업과 조달 시장에서의 위기감 역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을 충족한 데 이어 여천NCC도 EOD 위기에 놓였다. 국내서 AA+수준의 우량한 신용도를 자랑하는 LG화학 역시 불안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LG화학에 대한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강등했다. 오윤재 한신평 연구원은 "여천NCC는 불황이 장기화 하면서 부진한 영업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약화된 현금창출력으로 인해 확대된 차입부담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유가,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 수요부진이 중첩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수급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지난 2021년 4·4분기부터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과 한신평에 따르면 여천NCC는 2022년~2024년 3개년 연속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천NCC가 발행한 회사채 7050억원 중 총 1300억원에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옵션(트리거)이 걸려있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700억원어치에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강등될 경우, 600억원어치에는 BBB0 이하에 도달할 경우 각각 조기에 원금을 강제상환하는 특약이 포함됐다.
현재 신용도(A-)에서 한 등급만 떨어져도 기한이익상실(EOD)에 직면할 수 있다. 즉 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다른 채권 역시 연달아 기한이익 상실이 되는 조항이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 신용등급의 한 차례 강등에도 등급전망을 여전히 '부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향후 6개월 내 지적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용도가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4분기에 누적 영업손실 710억원 등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다. 신평사들은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강등한 후 1년 만인 올해 6월에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여기에 올해 11월 롯데케미칼은 재무약정 미준수에 따라 회사채 EOD가 발생했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에는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을 지켜야 하는 재무약정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영업부진으로 인해 올 3·4분기 기준이 비율이 4.3배로 떨어지며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EOD 위기를 맞았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이자보상배율 조항의 삭제 등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안심할 수 없다. LG화학의 국내 신용등급은 AA+, 등급전망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달 11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A3’(A-)인 LG화학의 기업신용등급과 채권 등급이 ‘Baa1’(BBB+)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Baa1’으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기업 신용등급 하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감소했다. 석유화학 부문이 영업손실 143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심화된 것도 신용도 하향의 주요 배경이다. 무디스는 LG화학의 조정전 차입금이 2025년 말까지 약 35조9000억원으로 2024년 9월 30일 기준 28조1000억원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금 증가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지난해 5월 LG화학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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