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4·10 총선만큼이나 현장 곳곳에서 발로 뛴 파이낸셜뉴스 막내기자들의 고군분투도 빛이 났다. 각 당 출마자와 주요 정당에 총선은 승리 아니면 패배로 귀결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24시간을 마음 졸이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읍소하는 이유다. 바로 그들 옆에서 같이 땀 흘리며 현장의 생생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온 본지 기자들에게 선거 취재는 그래서 늘 뜨겁다.
제22대 총선TF에 파견 나와 매일같이 현장을 누벼온 김예지(금융) 기자의 취재 후기를 들어봤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 '네거티브 공방 빼면 아무것도 없는 선거' '막말과 선동이 난무한 선거'. 이번 22대 총선에 대해 나오는 여러 말들이다.
하지만 감히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포기하지 않은 국민의 위대함을 확인하게 해 준 선거.'
총선TF에 발령이 난 후 현재까지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대 양당 대표들과 후보들은 정부 또는 상대 당의 과거를 들춰 '정권 심판론'과 '범죄자 심판론'을 내세우며 '쓰레기' '계모' 등 막말을 늘어놓기에 바빴고, 미래에 대한 약속은 자취를 감췄다. 자고 일어나면 후보들의 편법대출·아빠찬스 의혹, 각종 막말이 등장했으며 정책경쟁 대신 이에 대한 공세와 방어, 또 다른 역공만이 반복됐다.
'이런 피로감이 유권자들, 특히 원래도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혐오하던 청년층의 투표 의지를 더욱 저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고 확신으로 굳어졌다. 적극적 투표의향을 보인 18~29세 응답자가 52.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고, 지난 총선 때보다도 0.5%p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2030세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결과 "진흙탕 정치가
우리로 하여금 오히려 더 많이 투표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혐오정치, 막말 등) 그런 많은 이유들이 있더라도 투표는 무조건 해야 한다. 선거를 잘한다고 해서 세상이 한 번에 많이 바뀌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며 무지한 채로 살다 보면 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인 상태로 진짜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가 각종 심판론, 의혹, 막말, 선동뿐인 선거가 아닌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으로 향한 국민들이 있었던 선거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