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64조원 투입해 자국 반도체 육성키로
한국 여전히 HBM 등 메모리반도체 지배력 굳건
하지만 비메모리·소부장 등 낮은 점유율 이어가
중국 업체들에 언제든 안방 내줄 수 있어
정부 지원 소부장 등 집중토록 모니터링 필요해 |
강경래 중기벤처부 차장 |
[파이낸셜뉴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빅3' 업체들은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력은 파악하기 어려워 언제 갑자기 급부상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곳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이들 업체는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로 적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로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 중인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로부터 대부분 조달 중인 HBM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HBM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황 회장 말처럼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향후 중국 업체들이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무려 3440억위안(약 64조원)을 자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투입하기로 한 자금이 반도체 어느 분야에 어떻게 쓰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등 중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높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이외 부분은 아쉽다. 메모리반도체보다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고작 3% 수준이다. 팹리스 반도체 점유율 역시 1%에 불과하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도 미진하다. 물론 주성엔지니어링과 신성이엔지, 한미반도체 등이 선전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은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시스템반도체와 소부장 등은 언제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에 안방을 내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최근 열린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26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기로 한 점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정부 지원이 메모리반도체 등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아닌, 소부장 등 중소벤처기업들이 힘을 쏟는 분야에 더욱 집중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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