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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기업가정신'의 몰이해

파이낸셜뉴스 2024.06.26 18:20 댓글0

최갑천 산업부장
SK가 아슬아슬하다. 재계 2위의 그룹이 한순간 이토록 흔들릴 수 있나 싶다. SK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334조원이다. 위로는 삼성뿐이다. 계열사가 219개로 전 세계 촘촘한 사업망을 구축한 초기업집단이다. 임직원 수는 12만명에 이른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의 절정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72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대비 무려 70조원 수직상승했다. 현대차그룹 12개 상장사의 시총보다 많다. 메모리반도체 맹주인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맥을 못출 지경이다. 이렇게 한달 전까지 SK는 승승장구했다.

총수의 이혼 문제가 모든 걸 집어삼킬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의 재산 중 1조3808억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을 결정했다. '개인사'라며 관망해 왔던 SK는 전혀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룹은 일대 혼란이다. 그룹 최대 위기였던 소버린 사태에 버금가는 분위기다. 최창원 의장(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 주도하는 그룹의 전면적 체질개선 작업의 동력마저 흐트러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소심 재산분할 규모는 SK의 지배구조를 흔들 정도다. 이제는 개인사를 뛰어넘은 것이다. 항소심은 SK의 눈부신 성장사를 장인이 대통령이던 '6공화국'의 시혜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원의 비자금 쪽지가 재판부가 믿은 성장사의 뿌리다.

정말 재계 2위의 글로벌 기업을 뒤흔들 만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까.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한 1988년 당시 SK는 이미 연매출 5조6000억원의 재계 7위 기업이었다. 당시 현대, 대우, 삼성, LG가 '빅4'였다. 그 뒤로 1987~1999년까지 SK와 한진, 쌍용이 5~7위권을 다퉜다. 5~7위 경쟁을 가른 것은 노태우 정부 때가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였다. 대우와 쌍용은 외환위기 여파로 급격히 무너졌다. 반면, SK는 외환위기에도 자산 20조원을 넘으며 삼성, LG에 이어 재계 3위에 올랐다.

SK의 이동통신사업이 위기를 견딘 힘이었다. 이통사 인수는 노 정부가 아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의 일이다. SK가 당시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두 번이나 반납하고 포기한 건 잘 알려진 일이다. 김영삼 정부 때 주가가 4배 이상으로 폭등한 한국이동통신을 내부 반대에도 인수했다. 고(故) 최종현 회장은 "어려운 길을 돌아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신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미 경제학자 슘페터가 정의한 '기업가정신'과 부합한다. 슘페터는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정신"을 기업가정신이라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통사업 진출을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로 규정했다. 법률가적 시각이다.

SK의 기업가정신 사례는 또 있다. SK텔레콤은 2012년 2월 14일 3조4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다. 당시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산업은 어두웠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적자에 허덕였다. 많은 사람이 인수를 반대하거나 우려했다. 최 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룹의 역량과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기둥이다. SK하이닉스의 사정이 그룹 전체를 쥐락펴락한다. 만약 하이닉스반도체를 포기했다면 SK는 잘해야 재계 10위권을 턱걸이하는 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게 기업가정신이다. 하지만, 기업이 일류에서 초일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필연적' 결단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기업가정신의 성공은 오롯이 총수의 몫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12만명의 노력이 더해진 것임을 사법부가 살펴주길 바란다.




cgap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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