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파업에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의 부품·모듈 생산 자회사가 가세하면서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이 멈췄다. 그룹사 파업의 불똥이 주축인 완성차로 튄 것이다. 정작 이날 현대차 노조는 6년 연속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회사와 도출한 상태여서 금속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차·기아는 생산차질을 빚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현대차·기아의 생산 시스템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대차·기아의 생산라인은 효율적 부품재고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양을 그때그때 만드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시스템을 갖췄다.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기면 전체 조립라인이 가동을 멈추거나 지연되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 10일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모트라스, 현대위아의 자회사 모비언트 노조원들이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주·야간 4시간씩 총 8시간 파업을 벌였다. 모트라스는 섀시모듈, 콕핏모듈, 프론트모듈, 전기차용 파워 일렉트릭(PE)모듈 등을 만든다. 모비언트 역시 각종 모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물량 대부분은 현대차·기아에 공급한다.
주목 할 점은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등이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를 통합해 출범시킨 생산 자회사란 것이다.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소송 등 사내 하도급 파견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로 현대모비스가 지난 2022년 11월 이들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현대위아도 비슷한 이유로 모비언트와 테크젠을 설립했다. 불법 파견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향적으로 직접 고용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파업이었다.
도요타도 적시생산을 채택하고 있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재고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적시생산 시스템 덕분이란 평가다. 그런데 도요타가 현대차와 다른 것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가 6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 타결을 이뤘고, 기아도 올해 무분규 기록을 이어간다면 4년 연속 파업 없이 협상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출범한 부품 자회사들이 파업을 강행하면서 새로운 '생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자신들이 손을 놓으면 완성차 공장이 멈춘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이 현대차의 생산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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