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년 10대 그룹이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가 45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10대 그룹 회사채 잔존액(189조3896억원)의 약 24%가 1년 내 만기를 맞는 것이다.
24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올해 10대 그룹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여전채 포함)는 45조4173원에 이른다. 연내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 계열사가 연내 갚아야 할 회사채(여전채 포함) 규모는 13조902억원에 달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3개 기업이 연내 갚아야 할 여전채 물량은 9조9702억원으로 그룹 1년 이내 만기도래분(13조902억원)의 76%를 차지한다.
이어 SK그룹이 9조9091억원으로 많았다. 이어 롯데(7조630억원), 삼성(4조100억원), LG(3조4170억원), GS(2조원), 한화(1조9010억원), HD현대(1조5260억원), CJ(1조4400억원), 신세계(1조610억원) 순으로 만기도래분이 많았다. 회사채 금리가 고점 대비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기업들이 차환으로 획기적으로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용등급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는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정하기 시작하면서 채권금리는 그간의 하락분을 반납하는 상황이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p 낮춘 연 4.25%~4.50%로 조정했으나 매파적 의견을 내놨다. 이날 성명서에는 "추가 인하의 시점과 규모를 고려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이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달 2일 연 2.567%(최종호가 기준)였으나 23일에는 연 2.616%까지 올랐다. 10년물도 같은 기간 연 2.697%에서 연 2.844%로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시장은 '눈치보기' 장세다. 자칫 해마다 반복되는 '연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계감마저 감돈다.
1월 회사채 발행시장 명단에는 포스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G화학 등 7곳 만이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통상 1월 회사채 시장에는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연초 기관들의 자금집행이 개시되는 만큼 유동성도 풍부해 회사채 수요예측에 많은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초까지 미국 채권금리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계감은 기업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방증하듯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달 23일 기준 0.683%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18일 0.568%로 축소됐던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됐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기존보다 위축된 것을 의미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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