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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경기둔화 우려에 탄핵정국까지... 첩첩산중 [fn마켓워치]

파이낸셜뉴스 2024.12.10 06:01 댓글0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기업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석화업계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큰 상황이다. 앞서 국내 경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일 것이란 진단이 대세였다.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감이 더 큰 까닭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겹쳐 기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비상 경영' 모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며 '블랙 먼데이'를 만들었다.

■ 韓 약한 고리...건설업, 증권 및 저축은행, 석유화학...등급 하향 압력 커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등급 하향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건설업, 부동산PF를 취급하는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의 금융업종, 석유화학 등을 꼽는다. 산업환경이 나빠지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은 물론 채무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건설업계는 매출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운전자금 부담 및 PF우발채무 현실화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했다"면서 "금융권 부동산 PF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신용위험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첩된 탄핵정국 이슈는 기업의 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업계에선 정치적 리스크가 일시에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용도는 물론, 국책은행, 시중은행,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용도 문제는 살얼음판 같은 PF유동화증권 시장에서의 채권 차환 리스크로 불거질 수 있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의 긴장감은 크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총 PF 익스포져는 216조5000억원으로 부실 위험 익스포져는 21조원(9.7%) 수준이다. 금융업권별 부실위험 익스포져 비중은 저축은행 27.7%, 상호금융업권 17.9%, 증권 12.5%, 여전업권 8.7% 순이다.

석유화학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나신평은 석유화학산업 역시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며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용위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시장은 롯데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발행한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을 유예 또는 완화할 지 논의한다. 이번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해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협의가 불똥을 맞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글쎄"... '경기 둔화'에 '정치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시장은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혁준 나신평 연구원은 "내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다"면서 "그러나 그 폭은 제한적인 전망인 데다, 이미 시중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에 이미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2012년~2013년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당시는 기준금리 인하기(3.25% →2.5%)였음에도 불구하고 증권, 신용카드, 캐피탈업체의 수익성은 저하됐다. 기준금리 인하보다 경기 둔화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한국 경제 역시 기준금리보다 경기둔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경기둔화 불안감에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진 상황인 셈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3사(S&P, 무디스, 피치)는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전날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블랙 먼데이, 증시 부진이 부를 파장은
이런 불안감을 방증하듯 증시는 폭락했다. 지난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58p(2.78%) 내린 2360.5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24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23년 1월 20일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2p(5.19%) 내린 627.01%에 장을 마쳤다.

증시 부진의 파장은 다양한 문제로 불거질 수 있어 금융권, 기업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지 않을 경우, 주식 직접 투자는 물론 다양한 금융상품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수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녹인 이슈를 재소환할 수 있다.

이미 LG화학, 포스코홀딩스 등을 기초로 삼은 ELS 녹인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 200 기초 연계 ELS 투자자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지분에 대한 평가손실(영업외 손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손실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손실)에 반영된다. 무엇보다 증시 부진은 메자닌(주식연계) 채권 투자자의 풋옵션(조기상환카드)를 꺼내들게 할 수 있다. 특히 주식전환사채(CB) 투자자들은 투자 기업 주가가 주식전환가를 밑돌게 되면 대거 조기상환옵션(풋옵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이 경우 당장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시장 안정화를 위해 ‘밸류업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식시장에는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밸류업 펀드’ 중 300억원이 투입됐다. 추가로 이번주 700억원, 다음주 300억원이 등 순차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또 다음주에는 3000억원 규모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도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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